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그날그날

강연

開土_getto 2015. 11. 5. 18:17

11월 5일 목요일.

요즘 왜 이리 강연 요청이 많은지 몸이 고달프다. 오후에 서울대미술관(MOA) <현대문화예술강좌>에서 강연하고 돌아왔다. 수강생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들로 강당을 꽉 채우고 있었다. 죄송스럽게 시작이 좀 늦어졌지만 호응도가 높아 집중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강연은 청중과의 대화이면서 말로 하는 연주다. 벽에 대고 말할 때가 가장 힘들고 느낌의 반향이 시원치 않으면 고스란히 부담감으로 되돌아온다. 이제껏 했던 외부 강연 중에 가장 힘들었던 때는 한 지자체에 가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그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그리고 "영혼이 담긴 도시디자인"을 주제로 한 강연이었다. 끝나고 "감명깊게 잘 들었습니다"라는 말을 듣긴했지만 강연 중 신기하게도 반향이 전혀없었다. 무표정으로 일관해 견고한 콘크리트 벽 앞에 선 기분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라 끝나고 힘들었다. 원래 공무원 사회에서 '영혼'이라는 말은 금기어인데다 그 도시적 특성이 무뚝뚝한 곳에서 강연했으니...

 

오늘은 청중들의 감성이 대목마다 곧바로 느껴져 잘 통한 날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반향이 뜨겁게 느껴져 수월하게 청중과 하나되어 몰입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은 끝나고 몸이 힘들지 않고 오히려 개운하다.

 

초청해 준 미술관과 2시간 동안 공감의 반향을 보내주신 청중들께 감사드린다.

 

마치고 미술관 학예사가 강연 도중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울대 기획처홍보팀에서 강연 장면을 사진 찍어 갔다고 슬며시 귀뜸한다. 서울대 뉴스에서 홍보할 예정이라고. 허..기분이 묘해진다. 격세지감일세.

 

램 콜하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의 강당은 매번 강연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다 좋은데 음향 울림 현상이 좀 있다. 마이크와 공간 어느쪽이 문제인지는 모르겠고... 말을 할 때 소리가 모아지도록 또박또박 기운을 써야한다. 내가 하는 말을 건물이 그냥 잘 전달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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