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디자인 진흥도 과거로 퇴행하는 모양이다.
오늘자 뉴스에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상호협력협약을 맺고 앞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군수품 품질개선의 디자인개발과 시제품 제작도 한다고 밝혔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 참조) 얼핏 보면 이 뉴스는 군수품 품질개선을 위한 좋은 뉴스 같아 보인다. 그러나 디자인 개발의 주체가 '한국디자인진흥원'이라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민간부문 디자인을 돕고 진흥하라고 만들어 놓은 정부기관이 개발사업으로 자신을 진흥하겠다고 나선 격이다. 가뜩이나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중소기업과 제조업 기반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이 갈 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이 민간부문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과 노력을 하는게 아니라 정부기관 끼리 협약에 따라 디자인 개발사업까지 나서는 것은 일찍이 70년대 군출신 인사가 이사장을 맡아 자체의 이권 및 수익사업도 병행했던 '한국디자인포장센터'(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전신) 시절의 과거사를 보는 듯 하다.
TV에선 오락방송 '진짜사나이'로 진짜 힘든 장병들의 군생활을 은폐 왜곡하고 일본군가나 흘려보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디자인계까지 과거로 돌아가는 현실이 서글퍼진다. 디자인진흥원이 근본적인 진흥이나 잘 하면 좋겠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혹여 이러한 개발사업의 이면에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최근 방위산업 비리 등 악화된 군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디자인을 도구화하려는 시도 말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방산 비리에 비하면 껌깞 정도의 디자인개발비로 뭔가 하고 있는 듯 시늉할 수 있는 효과가 있겠지.
사병들에게 개인화기 소총과 함께 중요한 개인장비가 '진짜 야전삽'이라면 심각하게 '방위산업 차원에서' 현대전의 전략과 전술에 기초해 개인장비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본다. 최후에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개인장비의 디자인은 돈 몇 푼 들여 용역 개발로 가볍게 취급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애초부터 디자인이 방산품 개발의 핵심 내역으로 자리잡아 국방과학과 체계적으로 협력 및 결합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단순히 외관이나 기능을 넘어서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맞춤형 디자인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디자인을 본질적으로 국방과학 차원에서 서로 협력개발해야할 내용이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데 이런식의 허접한 발상을 계도하고 디자인을 국방과학의 중요 사안으로 선도해야할 책임이 있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스스로 용역업체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가 더 가관이다. 다시 '한국디자인포장센터'인가?
납품비리로 병사들의 군화는 물이 줄줄 새고...과연 그동안 밑빠진 독에 물붓는 국방예산으로 굵직한 첨단 전술무기체제 개발에서 빼먹을 '예산 항목과 비용'에 쏟는 관심만큼 병사 개개인의 목숨과 맞바꾸는 개인장비에 대해 얼마나 책임있게 고민해 왔는지 묻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와 국방 예산도 모자라 산업통상자원부와 3억씩 새로 예산 뽑아 용역으로 디자인 개발한다고 생색을 내고 있으니 세금내는 국민으로서 내가 왜 세금을 내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미군은 앞으로 병사들 개인장비까지 짊어지는 로봇을 데리고 다니며 전투하겠다는 판에 한국군은 아직도 삽질하며 싸워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병사들을 절망케 하는지 알기나 아는지. 수십년이 지나도 바뀐게 없다. 옛날 군대 시절 나도 삽질해봐서 안다. 그 때도 삽질하며 입에서 욕이 술술 나왔는데 첨단의 세상에서 살다가 입대한 요즘 병사들은 오죽하리오. 최첨단 전술 장비는 방산비리로 찜해 먹고 1-2차세계대전에서나 하던 삽질 전술로 야전삽을 폼나게 디자인 개발하는 것이 한국군 현대화 전략인가? 제발 디자인으로 장난치지 말자. 한국 사회는 지난 수년간 전시행정과 정치공학의 수단으로 들쑤셔놓은 '공공디자인'의 후유증, 곧 '디자인 피로증'으로 충분히 많이 아프다.
(사진 출처:http://www.combatcinema.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16674&category=0010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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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전삽 등 군수품에도 디자인 개념 도입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 입력 : 2015-12-02 17:35:18ㅣ수정 : 2015-12-02 17:35:18
군수품에 맞춤형 디자인 개념이 도입된다.
국방부는 2일 경기 성남시 분당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디자인을 활용한 군수품 품질개선사업’ 착수 보고회를 열고 상호협력 협약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두 부처는 앞으로 16개월간 각각 3억 원씩 투자해 군수품 품질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각 군에서 제기한 수요를 토대로 총기 멜빵끈, 야전삽 등을 개선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
산업부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통해 개선대상 품목에 대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두 부처는 단순히 외관이나 기능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군 장병이 실제로 불편해하는 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을 반영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산업부에서 개발한 시제품에 대해 성능 평가와 부대시험평가를 한 뒤 국방규격을 개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 사업을 통해 군 장병의 군수품 사용 만족도를 높이고 제도적으로 민·군 디자인 협력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