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평론

Art of Motorcycle

開土_getto 2015. 12. 11. 12:49

20151211

 

신뢰가 바닥인 세상에서 직접 체험하지 않은 사실을 말하고 가르치기 두렵고 싫다. 해서 발로 걸어 다니며 <한국도시디자인탐사>를 글로 썼고 책으로 냈다. 마찬가지로 직접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손맛을 느껴보고 싶어 한동안 'MV 아구스타 브루탈레 800 드렉스터'도 타봤다.

 

이 녀석을 타면서 이탈리아 네이키드 바이크의 감성을 온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매력은 기계에 대한 최고의 찬사인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섹시하다'는 것. 그러나 이는 단지 상투적인 겉멋들린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실제로 주행해 보면, 그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 잘 숙성된 와인처럼 공들인 맛에서 우려나오는 디자인과 기술력이 하나된 종합적 아름다움임을 깨닫게 된다. 하나 더. 800 드렉스터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왠만하면 기계가 척척 알아서 처리하는 BMW 바이크와 달리 조작 반응이 매우 예민해서 처음에 야생마처럼 길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쉬운 것은 쉽게 식상해 지는 법.

 

800 드렉스터는 798cc 3기통(11,600rpm, 125마력) 엔진과 머플러 세팅에서 보듯 독창적인 디자인과 배기음이 강렬하다. 저속에서 날카로운 배기음은 고속 주행 시 대형 파이프오르간에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중저음 못지 않다. 이러한 디자인은 ABS 브레이킹, RLM(급출발시 뒷바퀴 들림방지)과 EAS(전자 기어변속), 4모드 드라이빙(스포츠, 투어링, 레인, 커스텀), 8단 트랙션 컨트롤 등의 기술과 잘 배합되어 독특하면서 매우 세련된 맛을 자아낸다. 

 

특히 디자인에서 고전적 감각의 우아한 헤드라이드와 공격적인 일자형 핸들바와 백미러, 기계시대의 미학을 업그레드한 연료통 뚜껑에서부터 바퀴의 ABS 브렘보 브레이크와 타공 디스크에 이르기까지 모든게 섬세하게 어우러져 완성되었다. 다만 옥에 티라면 계기판 인터페이스의 가독성이 꽝이라는 것.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런 부분때문이기도 하다. 조금은 불편해도 "내가 기계 또는 사물과 몸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LP 판을 닦아 아날로그 바늘의 무게를 디지털 저울에 달아가며 턴테이블을 사용해 음악을 듣는다. MV 아구스타가 표방하는 기업 모토가 'Art of Motocycle'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내가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최근 MV 아구스타가 벤츠의 고성능 계열사 메르세데스-AMG와 결합해 새로운 진화 단계를 모색 중에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말 메르세데스-AMG가 지분 25%를 인수함으로써 MV 아구스타가 다임러 그룹에 편입되었기때문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결합. 과연 이 둘 사이에서 어떤 디자인이 탄생할지 그것이 궁금하다.

 

 

 김민수


 

 

 

 

 

 

 

 

 

 

 

김민수

 

 

'평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반 하이브  (0) 2015.12.23
복면  (0) 2015.12.17
전기차  (0) 2015.12.10
UX  (0) 2015.12.03
야전삽  (0) 201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