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그날그날 174

아치의 노래

0525. 수. 최근 감동과 큰 위로를 준 영화 한편. '아치의 노래, 정태춘'. 희망이 없던 시대, 절망 대신에 거리에서 자유를 노래한 음유시인 정태춘의 음악다큐멘터리. 정태춘은 한국가요사에서 단순한 가수가 아니다. 과거 독재정권에 붙어먹던 좀비들이 적반하장 독재타령하는 후안무치의 코메디 세상에서 진짜 독재가 무엇인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상상할 수 없겠지. 독재정권들은 정권유지를 위해 '사회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사에 담거나 부정적/불온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모든 가요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공연윤리위원회'를 두고 '관심법 수준'에서 '사전 검열'을 해오고 있었다. 정태춘은 바로 이 '가요 사전심의제도'의 철폐를 위해 홀로 6년간 맞서 싸웠다. 그는 1990년 공개적으로 검열거부를 기자회..

그날그날 2022.05.25

KIAS + 이상(李箱)

0218.금 작년 늦가을 이후 블로그 관리를 하지 못했다. 논문 발표와 저서 집필 등... 경황없이 해를 넘기고 오늘 따스한 봄기운에 그간 쌓인 먼지부터 털어 내기로... .......................... 지난 2월 18일 홍릉 한국고등과학원(KIAS)에서 가 있었다. 봄이 아직 이른 오후, 학술대회 시간에 맞춰 도착했더니 한국의 이론기초과학분야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한 환경답게 조용해서 좋다. 이번 학술대회는 고등과학원이 주최한 '초학제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 디자인, 건축, 음악, 수학 등을 가로질러 이상의 예술을 재조명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내가 발표한 논문은, . 만일 이상이 생존해 자신의 예술이 고등과학원에서 다뤄진 사실을 알았다면 매우 좋아했겠지... 지난 수년간 ..

그날그날 2022.03.29

귀환

08.15.일 홍범도 장군이 돌아온 날. 봉오동 전투 승전 101년, 카자흐스탄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난지 78년만이다. 그토록 바라던 독립 조국의 품에 돌아오는 그를 영공에서 영접한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와 서울공항의 마중식에 만감이 교차한다. 일제에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은 만주와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해 3.1혁명 이후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다. 특히 고려인으로 불린 연해주 조선인들은 1930년대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또 다시 터전을 잃고 중앙아시아에 버려진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해방 후 한국 사회에서 기억 저편으로 지워져 갔다. 장군의 유해 귀환만이 아니라 고려인에 대한 치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이제야 귀환한 장군에게 여전히 빨갱이 낙인을 찍는 자들이 있다. 나라를 팔..

그날그날 2021.08.17

수확

07.25.일 올해는 유난히 포도가 많이 열렸다. 그동안 솎아주고 물주고 정성을 다했더니 여기저기 주렁주렁. 잘 익은 몇 송이 따서 시식. 제법 당도가 높아 맛있다. 첫 수확한 포도 한 접시 앞에 놓고 농부의 마음처럼 뿌듯하다. 그러나 여기엔 역설이... 이상기후로 장마 전에 비가 많이 왔고, 장마 끝나자마자 살벌해진 폭염이 한 몫했다. 오전에 외출했다가 차 계기판에 찍힌 외부 온도에 놀랐다. 38.5도. 이런 기온은 서울에서 생애 처음이다. 코로나 대유행에 엎친데 겹쳐 중국과 유럽은 폭우로 대홍수, 미국은 대산불. 이 와중에 일본은 폭망 올림픽 그나마 한국에 살아 다행이려니..

그날그날 2021.07.25

무지개

07.19.월 오후에 소나기가 열대 스콜처럼 쏟아지고, 비온 뒤 남쪽 하늘에 무지개가 나타났다. 그것도 쌍무지개. 서울에서 이토록 선명한 무지개는 처음 본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고통받는 세상에 두 줄기 희망이길... 오래된 시 한편 속의 설레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 지구의 종말이 머지않은 코로나 시대에도 매한가지...

그날그날 2021.07.19